필립 피셔: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 현장의 탐정(1907.9.8 – 2004.3.11)

| 숫자를 버리고 소문을 쫓아 전설이 된 투자자, 필립 피셔의 비하인드 스토리




주식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재무제표를 샅샅이 파헤치고 복잡한 회계 공식을 외워야 한다고 믿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워런 버핏에게 가장 결정적인 영감을 준 스승이자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인 필립 피셔의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는 남들이 골방에서 숫자를 계산할 때, 직접 현장으로 뛰쳐나가 "소문"을 수집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수천 퍼센트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는 필립 피셔의 흥미진진한 실제 일화들을 파헤쳐 봅니다.

필립 피셔-이미지

1929년 대폭락장에서 얻은 깨달음, 싸다고 사면 망한다

필립 피셔가 처음부터 성장주 투자의 대가였던 것은 아닙니다. 1929년 미국 대공황 당시, 그는 그저 저평가된 주식 즉, 단지 주가수익비율이 낮고 가격이 싸 보이는 주식을 샀다가 혹독한 손실을 얻어맞았습니다. 이 뼈아픈 실패를 통해 피셔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단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사는 것은 기어가 고장 난 자동차를 싸게 사는 것과 같다"는 팩트였습니다.

이후 그는 기업의 현재 가격표보다는 그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거대하게 성장할 수 있는가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비싸 보여도 미래 매출이 폭발할 기업을 찾고, 반대로 아무리 싸 보여도 기술 발전이 멈춘 고물 기업은 쳐다보지도 않는 그만의 기준이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발로 뛰는 탐정 소문 조사법, 재무제표 대신 사람을 만나다

필립 피셔의 가장 흥미로운 장기는 바로 소문 조사법(Scuttlebutt)이라 불리는 정보 수집 기술이었습니다. 그는 기업이 발행하는 분기 보고서나 경영진의 포장된 발표를 온전히 믿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기업의 경쟁사 임원, 퇴사한 전직 직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사장, 심지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까지 직접 찾아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경쟁사 사장에게 "당신네 회사 말고 이 업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라이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공통으로 지목되는 회사, 그리고 퇴사자들이 "사장님이 연구개발비 하나는 아끼지 않고 쏟아붓는다"라고 말하는 회사를 찾아냈습니다. 차트나 숫자에 빠져있던 당시 월가에서 직접 발품을 팔며 기업의 민낯을 파헤치는 피셔의 방식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탐정 소설과 같았습니다.

모토로라를 50년간 단 한 번도 팔지 않은 지독한 뚝심

1955년, 필립 피셔는 당시 반도체와 통신 분야에서 엄청난 기술을 개발하던 모토로라라는 기업을 발굴했습니다. 그는 모토로라의 성장 잠재력과 경영진의 결단력을 확인한 후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식을 그가 세상을 떠난 2004년까지 무려 50년 동안 단 한 번도 팔지 않고 보유했습니다.

그 50년 동안 시장에는 수많은 위기와 대폭락장이 찾아왔지만, 피셔는 자신이 수집한 데이터와 팩트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주가 등락 따위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모토로라는 그에게 초기 투자금의 20배가 넘는 거대한 수익을 안겨주었습니다. 피셔는 말년에 "우량한 성장주를 제대로 샀다면, 그것을 팔아야 할 시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기며 진짜 장기 투자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증명했습니다.

모토로라 50년 보유 신화와 몰락 뒤에 숨겨진 팩트

1955년, 필립 피셔는 당시 반도체와 통신 분야에서 엄청난 기술을 개발하던 모토로라를 발굴하여 매수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식을 세상을 떠난 2004년까지 무려 50년 동안 단 한 번도 팔지 않고 보유하여 최초 투자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거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모토로라의 몰락을 아는 투자자라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결국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졌는데 피셔는 과연 완벽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팩트를 짚자면 피셔는 모토로라가 본격적으로 망하기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96세로 사망한 2004년 당시 모토로라는 피처폰 레이저 시리즈로 전 세계 시장을 쓸어담던 최전성기였습니다. 아이폰 등장 이후 모토로라가 급격히 몰락한 것은 피셔 사망 후의 일입니다. 피셔 본인은 살아생전 화려한 성과만 누렸지만, 이 일화는 현대 투자자들에게 "과연 기업의 성장 정체를 적시에 감지하고 매도할 수 있는가"라는 커다란 숙제를 남깁니다.

성공적인 성장주 투자를 위한 필립 피셔의 4가지 핵심 원칙

피셔의 유산에서 우리가 실제 투자에 적용해야 할 4가지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위대한 기업은 탁월한 연구개발과 매출 성장력을 가졌습니다. 피셔가 말하는 우량 기업은 당장 이익을 많이 내는 곳이 아니라, 수년 후에도 매출이 꾸준히 성장할 확실한 시장을 지닌 곳입니다. 특히 영업이익률을 높이려고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기업은 머지않아 도태된다는 팩트를 간파하고,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기업을 최우선으로 쳤습니다.

둘째,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경영진의 도덕성과 소통 능력을 봐야 합니다. 재무 상태가 좋아도 경영진이 주주를 속이거나 노사 관계가 시끄러운 기업은 과감히 버렸습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솔직하게 사정을 밝히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셋째, 남들의 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발로 뛰어 팩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증권사 보고서나 기사 헤드라인만 읽고 매수하는 행위를 극도로 경계했으며, 하청업체와 퇴사자들의 입을 통해 진짜 현장 판매 상황과 내부 시스템을 검증했습니다.

넷째, 조건을 충족한 완벽한 주식이라면 단기 소음 때문에 팔지 말아야 합니다. 피셔는 철저히 검증한 성장주라면 단기 경기 침체 때문에 팔지 말라고 권했습니다. 다만 최초 판단이 틀렸음이 밝혀졌거나 기업의 성장이 정체될 때는 미련 없이 팔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단지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훌륭한 주식을 파는 실수는 범하지 말라"는 그의 경고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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